대청봉 오르기

이번주 월요일 고등학교동기8명이 의기투합내지는 도원결의 심정으로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에 올랐다.

10시에 오색에서 출발하여 13시 30분전후에서 8명모두 낙오자 없이 오르니 감격하여 서로를 위로하며 이심전심의 한장면을 만들었다. 올해로 우린 많은 나이인 70세를 맞았고 우리가 언제 대청봉을 오르겠냐고 대청봉에 도전한번하는게 어떻겠냐고 말이 나온게 정확히 한달전 우면산둘레길을 돌고 내려와 쌈밥집서 막걸리한잔하고 즉흥적인 결정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사실 그때만해도 내가 동기산우회장을 맡은지 15개월이 되었지만  주로 서울근교 낮은산만 꾸준히 다녔고 한번은 정점을 찍을 명산을 가야한다는 욕구는 있었어도 실현하기에는 나이를 감안 안할수가 없었다. 설악산 대청봉은 사실 당일 코스는 무리고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자거나 내려와 속초나 양양에서 산행피로를 풀며 하루저녁 즐거운 외박을 하면서 추억을 만드는 코스이긴 하나 엄준한 코로나상황이라 대피소마저 패쇄된 상태라 오색서 올라가 오색으로 내려오는 최단거리를 택했지만 태풍이 올라오고 있었고 비가 올것같은 꾸물꾸물한 날씨가 계속되어 산행하기는 보통 무리수가 아니었다. 중간중간 햇볕이 나와 저윽이 안도를 했다.


사실 나야말로 이주전까지는 목과 어깨의 심한통증으로 한달간 정형외과를 세번가서 목에 주사를 맞았고 한의원서 침을 줄잡아 열번정도는 맞는 환자였다. 설악산가자고 말이 나왔을때 만해도 한차로 갈수있는 네명은 정해졌고 나는 잘 다녀오라는 격려만했다. 그날만해도 목이 아파 우면산 희망탑도 못오르고 아래서 기다릴정도로 상태가 안좋았기에 대청봉은 언감생심이었다.


오색코스는 나같이 과다체중인 사람에게는 힘든길이었다. 땀을 비오듯 흘리고 숨이 탁탁막혀 입고간 긴바지며 긴팔옷을 입고 오르니 땀으로 착착감겨 더 몸이 무거웠다. 도저히 안될것같아 얼마안가 쉼터에서 다른사람들은 다 씩씩하게 올라간사이에 반바지 반팔로 갈아 입었고 스틱마저 무거워 친구가 내스틱을 자기배낭에 하나더 매고 올랐다. 그러고 나니 한결 가볍고 수월했다.


정상에 드디어 도착하니 바람이 엄청불고 체감온도가 영하 3도정도 되어 바람막이를 전부 꺼내입고 산우회깃발을 급히 꺼내 인증샷을 찍기 시작했고 오색식당서 미리 맞춰온 김밥을 정상주를 곁들여 한잔하고 30분만에 다시 급히 하산하기 시작했다.


내려오는것은 올라가는 것보다 더 힘들고 위험하다. 수만개의 일정치 않게 놓인 돌계단이라 잘못 디디면 미끄러질수 있고 다리마저 풀려 나를 비롯한 쳐진 3명은 몇번씩 주저앉아 쉬다 내려와야 했다. 무릎마저 살살쑤셔 데크길은 게걸음으로 내려오니 좀 편하긴 했다. 다내려오니 어두워지기 시작한 저녁6시. 평지를 보니 반가웠고 기다렸다는듯이 비가 엄청 오기 시작했다. 빠른 걸음으로 오색그린야드 사우나에 도착하니 먼저온 친구들이 반긴다. 한시간이나 늦게 뜨거운 물에 들어갈수 있었지만 하루종일 잘 버텨준 내몸에 감사하고 싶었다. 오르기전 열심히 기도해준 장로님 덕분에 그뜻이 하늘에 상달되었다고 봉고차에서 다들한마디해서 웃었다.


이제 우리나이에는 사실 어려운 힘든 경험을 했다. 어쩌면 더이상 재도전이 쉽지않은 버킷리스트에 있을 수 있는 일을 한것같다. 며칠 다리는 무겁겠지만 이제 우리는 건강해야 모든 걸 할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된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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