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항아리를 막읍시다

▶🌻영혼의 두꺼비가 필요하고, 물이 아니라 항아리를 돌보는 게 지혜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불행이란 영혼에 구멍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고르기아스>에서 그는 영혼을 술 항아리에 비유한다. 


현명한 자들은 항아리를 온전한 형태로 관리해서 적당한 술로도 찰랑찰랑 채우고 살지만, 어리석은 자들은 항아리가 구멍 뚫린 채 내버려 두면서 무한정 술을 쏟아붓고도 늘 모자란다고 외친다. 


바보들은 더 많이 가지고도 불만에 시달리나, 현자들은 더 적게 가지고도 만족을 누리는 것이다. 


우리의 충족되지 못한 욕망, 즉 삶의 근본적 불행은 모자라서가 아니라 어리석어서 생긴다. 


소크라테스는 지혜와 우매를 가르는 문턱이 욕망의 절제에 놓여 있다고 주장한다. 절제란 무엇보다 자기 한계를 아는 일이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인간은 몇 바가지 물을 마실 필요가 없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인간은 옷을 수십 벌 껴입을 까닭이 없다. 아무리 땅이 많아도 마지막 몸을 누일 자리는 예닐곱 척이면 충분하다. 


아무리 정보가 많아 보여도 시간의 시련을 거치면서 인간 경험을 압축한 지혜 덩어리는 흔하지 않다. 


쏟아지는 정보가 우리를 현자의 길에서 벗어나게 만들듯,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무한히 욕망을 채우려 하는 일에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물질이든, 정보든 절제를 모르는 사람은 영혼의 구멍, 즉 공허를 이기지 못하고 끝없이 갈망에 몸부림친다.


이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물이 아니라 욕망을 다스리면서 항아리를 돌보는 게 지혜롭다고 말한다. 


신데렐라 설화가 보여주듯, 깨어진 항아리를 채우려면 쏟아부을 더 많은 물이 아니라 뚫린 구멍을 막아 줄 영혼의 두꺼비가 필요하고, 그렇게 자신의 영혼을 돌본 자만이 극한의 시련 속에서도 행운을 얻는다. 


[장은수의 인문학 산책] 참된 행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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