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위의 배재 정신

그라운드 위의 배재 정신

 

배재의 교훈인 欲爲大者 當爲人役(욕위대자 당위인역)”은 단순한 표어가 아니다.

큰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먼저 남을 위해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며, 이는 곧 배재 정신의 본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정신이 럭비라는 스포츠 안에서도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점이다.

럭비의 정신은 흔히 “All for one, one for all”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한 사람의 영광 뒤에는 반드시 자신을 희생한 동료가 존재한다.

몸을 던져 태클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길을 열어주며,

가장 힘든 자리를 묵묵히 감당하는 것이 럭비다.

스포트라이트는 트라이를 성공시킨 선수에게 비치지만,

진정한 승리는 팀 전체의 헌신 위에서 완성된다.

이 모습은 배재가 추구해온 인간상과 깊이 맞닿아 있다.

배재는 단순히 뛰어난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고자 했다.

정치·문화·경제·체육 각 분야에서 수많은 인물을 배출했지만,

그 중심에는 늘 책임과 헌신의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럭비는 바로 그 정신을 몸으로 배우게 하는 운동이다.

 

럭비에는 엄격한 규율과 존중의 문화가 있다.

거친 충돌 속에서도 심판의 판정에 승복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경기가 끝나면 노사이드(No Side)”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격려한다.

치열하게 싸우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힘만을 앞세우는 스포츠가 아니라 품격을 배우는 교육이며,

배재가 강조해온 기독교적 가치와도 통한다.

 

배재는 오랜 시간 다양한 운동부를 통해 많은 훌륭한 선수를 길러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럭비는 특별하다.

럭비는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게 하고,

앞에 서기보다 동료를 위해 몸을 던지는 법을 가르친다.

큰 자가 되려면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

배재의 교훈을 가장 치열하게 실천하는 스포츠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배재와 럭비가 닮았다고 생각한다.

둘 모두 사람을 강하게 만들지만,

그 강함은 남을 이기기 위한 힘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힘이다.

배재 정신은 교실 안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럭비 그라운드 위에서 땀과 충돌 속에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진정한 리더십과 인간다움을 배운다. /김원식

 



180개의 글

화살표TOP